2010년 10월 28일 목요일

성균관스캔들 - 끝나기까지 단 2강만을 남겨둔 이 시점의 소회



 현재의 솔직한 심정은, 누가 죽어도 좋고, 누구랑 누구랑 혼인해도 좋으니, 제발 말이 되는 결말로 유종의 미를 거두며 끝났으면 좋겠다는 것 뿐이다. 어차피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다. 주인공들의 가슴이 찢기든, 좌절하든, 모든 것은 이야기의 구성 요소일 뿐, 거기에 감정 이입해 '걸오 죽이지 말아주세요', '차라리 여림이랑 걸오를 이어주세요.' 따위를 이야기하는 것 쓸데없는 짓이다.

 이번주 화요일의 18강은 다음주의 2강 안에 모든 이야기를 종결하겠다는 결심을 만천하에 보여주며, 그동안의 미덕이었던 적절한 속도감과 균형감각을 깡그리 버리고,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었다. 아, 그래서 불안하다. '모든 악의 근원인 병판이 죽음을 당하면서, 갈등이 모두 해소되고, 좌상은 윤희의 존재를 인정하며, 선준과 윤희는 행복해지고, 걸오는 남겨지고, 여림은 효은이와 이어지는' 최악의 결말은 나는 다음주에 보게 되는 것인가.

 어차피 완벽한 드라마는 없다. <마왕>은 주지훈의 일취월장했으나, 그렇다고 굉장히 뛰어난 것은 아닌 연기가 계속 거슬렸고, <하얀거탑>은 법정 싸움이 너무 지루하고 마지막 장준혁의 죽음에 너무 모든 사람들이 슬퍼해서 조금 어이없었다. <그들이 사는 세상>은 괜찮았는데, 그건 촬영이 시작되기 전에 모든 대본이 이미 나와있는 상태였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성균관스캔들>, 다음주에 잘 끝내자.

2010년 10월 25일 월요일

베이도 아프다네



 베이도 많이 컸구나. 아직 좀 더 클 것 같은데.

 베이도 아프다. 으휴. 정말 멀쩡한 애가 없어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 지난주 토요일에 중성화 수술을 시키고, 그 때 외이염 증상이 있어서 일단 귀청소를 했는데, 좀 더 심해졌다. 어제 병원을 데려갔더니, 중성화 수술한 부위(!)는 잘 아물고 있는데, 외이염이 심해져서 오른쪽 귀가 많이 부었단다. 그래서 주사 맞고, 6일치의 약을 타서 돌아왔다.
 자꾸 귀를 긁고 싶어하긴 하지만, 그 외에도 잘 먹고 잘 자고, 약도 반항 안 하고 주는대로 잘 먹는다. 테로도 베이도 귀청소를 따로 한다거나 관리해준 적이 없어서, 귀가 원래 좀 더러웠나보다.

 테로는 일단 기력이 많이 회복되어 어제 저녁 퇴원했으나, 현재 시점까지 집에서도 밥을 먹지 않는 관계로 오늘 저녁에 다시 입원할 지도 모르겠다. 이제 장기들은 거의 다 회복되어서 어제 혈액 검사에서는 대부분의 수치가 정상 범위내에 있는데, 아직 밥을 스스로 먹지 않는 게 문제다.

 테로는 베이가 정말 싫은건가. 어제 테로를 데려오면서 베이도 함께 차 안에 있었는데, 베이는 계속 아는 척을 하는데, 테로는 이를 계속 무시하더라. 으휴. 두 마리 다 아프고, 서로 사이도 안 좋고, 내가 정신이 없다.

2010년 10월 18일 월요일

테로의 입원



 정말 큰 일 나는 줄 알았는데, 그만하니 다행이다. 금요일 밤에 입원시켰으니 이제 병원에서 나흘째인데, 아직 구토한 적은 한 번도 없단다. 소변도 보기 시작했고, 조금씩 짜증도 내는 걸로 봐서 기력도 좀 생기는 것 같고. 앞으로 일주일은 더 병원에서 지켜봐야 겠지만, 그나마 회복하고 있는 것 같아서 정말 다행이다. 눈에 눈물도 그렁그렁 하던데 정말 가슴이 아팠다 - 물론 이건 인간적인 해석이다. 고양이는 눈물따위 흘리지 않는다 -.

 내가 보러 가도 반가운 척은 커녕 아는 척도 안하고, 좀 불편하게 안으니까 짜증까지 내긴 했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테로야! 내가 너 집에 오기 전에 베이 꼬추 떼어버릴게!

 테로가 일주일 넘게 기력이 없어 보이고, 베이는 중성화 수술 시킬 때가 되어서 목요일 회의 끝나고 한가하길래 금요일 오전 병원에 데려갔었다. 목요일에 집에 가서 테로를 안았는데, 너무 가볍더라고, 뼈도 앙상하고, 그래서 아무래도 심상치않아서 갔었다. 그런데! 베이 중성화 수술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다. 간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고, 황달, 장 무기력, 육안으로 혈액을 관찰해도 알 수 있는 빈혈 등등 모르는 사이에 테로 상태가 많이 나빴다. 처음에는 '폐사' 이야기까지 나와서 정말 금요일 하루 종일 손에 아무 것도 안 잡히더라. 고양이는 원래 아파도 티 내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주인이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혼자 얼마나 아팠을까를 생각하니까 정말 끔찍했다.
 그래서 동네 병원의 소개를 받아 논현동 2차 병원에 데리고 가서 입원을 시켰다. 복부 초음파도 찍고, X-ray도 찍고, 입원해서는 코에서 위로 튜브를 꽂아 연결한 다음 미음을 먹인다고 했다. 그리고 수액으로 영양 공급하고. 굶는 것 자체가 건강에 치명적인 것이기 때문에, 튜브로 먹이는 미음을 토해내지 않고 받아 먹는 게 중요하다고 해서, 주말 내내 병원에 전화해서 확인했는데, 다행이 구토는 한 번도 안 했단다.

 애완동물 아프다고 수백만원씩 쓰는 사람들 단번에 이해가 되더라. '폐사' 이야기가 나오고, 네이버에서 고양이 황달을 검색하니 치사율이 70-90% 라는데, 치료비를 지불 안 할 수가 없더라. 당연히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비용이라 엄청나게 비싸긴 했다.

 베이가 단순히 성격이 활발한가보다.. 했는데, 요즘 부쩍 얌전해진 테로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였나보다. 테로도 어릴 때는 진짜 활발하고 호기심도 많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내성적이고 얌전한 성격이 되었다. 여전히 다정다감하긴 하지만. 베이는 어리기도 하고, 중성화 전이라, 인간은 모르는 '남자 냄새'가 테로를 괴롭히기도 했을테고. 어제는 베이도 굉장히 낑낑대던데, 설마 테로 찾는거니 (그럴 리가 없는 걸 알면서도 은근히 기대하고 있음). 새로이 생긴 동생을 질투해서 해코지하는 첫째 아이의 에피소드를 왕왕 보는데, 그러면 부모는 첫째 아이가 무섭기도 하고, 밉기도 하고, 측은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또 사랑하기도 할게다. 물론 테로와 베이를 그 상황에 투영할 수는 없겠지만, 나도 집에 와서 철없는 베이를 보니, '얘를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회사와 테로가 입원한 병원이 매우 가까워서, 점심 시간에 면회하고, 3일치 입원비를 또 수납하고 왔다. 별 일 없어서 다행이긴 한데, 여전히 애를 병원에 두니 가슴 한 켠에 묵직한 돌 하나가 들어앉은 느낌이다. 폭풍의 지난 주, 나에게도 동천이에게도 일이 많았지만, 테로 일이 제일 컸던 것 같다. 물론 동천이의 새 차가 왔다든가, 내가 일주일 내내 준비한 회의가 순조롭게 끝났다는지 하는 괜찮은 일도 있었지만 말이다.

 고양이는 개와 달리 잔병치레가 없는 편이라, 동물 병원은 사료 살 때랑 테로, 된장이 중성화 수술 시킬 때 밖에 안 가봤는데, 요즘 매일 가고 있다. 전화도 매일 하고. 애완 동물 의료 산업에 대해 조금이나마 엿 본 느낌이다. 보험 나오면 잘 팔릴 것 같은데 말이지.

p.s. '애완 동물'이 아니라 '반려 동물' 이라고 표기하는 것이 더 교양있어 보인다는 말을 트위터에서 언뜻 본 적이 있는데, 의미상 차이는 크게 나는 것 같지 않아서 그냥 편한대로 하기로 했다.

2010년 9월 13일 월요일

사랑하는 능력의 부재

우르술라는, 자신이 예전에 생각했던 것처럼,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이 혹독한 전쟁에 시달려 가족들에 대한 애정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그 누구를 결코 사랑해 본 적도 없었고, 아내 레메디오스나 그의 삶을 스쳐갔던 셀 수 없이 많은 하룻밤의 여자들도 결코 사랑하지 않았으며, 그의 아들들은 훨씬 더 사랑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가, 모든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이상주의를 추구하기 위해 그토록 많은 전쟁을 치렀다거나, 모든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전쟁에 지쳐서 무한한 승리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항상 같은 이유, 즉 죄 받아 마땅한 그 특유의 오만 때문에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했다고 추측했다. 그래서 우르술라는, 아들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까지 바칠 수도 있는, 그런 아들이 사랑을 하는 데는 무능한 한 남자에 불과할 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백년의 고독>

2010년 9월 8일 수요일

다테야마 알펜루트 - 일본의 알프스


"도야마현 다테야마 알펜루트... 나가노 올림픽열렸던 나가노 현 옆인데...
일본 알프스라고 불릴만큼 산악지대에요...
도야마시 가면 그 흔한 스타벅스나 맥도날드도 없구요...
3,000m 정상에 올라서 바라보면 그동안 날 못살게 했던 사람들과 일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질거에요...
그리고 걷는거 안 좋아하면 버스타고 올라가면 되요..."

위치우위, <유럽문화기행>


유럽문화기행 1
위치우위 저/유소영,심규호 공역
오늘날 유럽은 몇 십 년 전의 외상값을 갚아버리고 마음 편히 낮잠을 즐기는 노인과 같다. 그들은 자신들이 문명발달의 한계에 이르렀으므로 더 이상 고통스러운 투쟁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여기는 듯하다. 그러나 유럽은 본래 거칠고 강인한 생명력의 원형을 지니고 있었다. 이 늙은 권태는 어디서 연유하는가.

모든 위대함의 집결지 로마, 평생의 호적수 다빈치와 라파엘로가 사라진 뒤 실의에 빠져 숨진 미켈란젤로의 안식처 피렌체, 위대한 작가 제임스 조이스를 낳고도 끝내 인정해주지 않던 몰이해의 도시 더블린,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는 수많은 사르트르의 도시 파리, 최고의 건축가 가우디를 행려병자로 잃은 탄식의 현장 바르셀로나, 렘브란트를 냉대한 빛의 도시 암스테르담, 셰익스피어를 폄하하던 위선적 지식인들의 대학 도시 옥스퍼드 등지에서 유럽정신을 되묻는다.

김영하, <퀴즈쇼>


퀴즈쇼
김영하
인생의 어떤 특별한 순산에는 비유가 현실이 된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로 제1회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한 김영하. 이 책은 도시적 감성의 대표작가인 그의 청춘소설이라는 점에서 많은 독자들의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컴퓨터 네트워크 시대의 성장담이자 연애담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책은 5.18 광주의 해에 태어났고 경제적 풍요 속에 성장했으며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를 통해 세상을 경험한 1980년생이 바라보는 2007년 한국 풍경을 그려냈다.

주인공 이민수는 할머니의 갑작스런 죽음과 할머니가 남겨놓은 빚 때문에 하루아침에 몰락하게 된다. 창문도 없는 고시원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히 살아가던 그가 인터넷채팅 '퀴즈방'에서 TV퀴즈쇼 구성작가인 서지원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우리는 주인공 민수를 통해 현대인의 소통 단절과 고독 등을 느낄 수 있다.


"기회는 신선한 음식 같은 거야. 냉장고에 넣어두면 맛이 떨어져. 젊은이에게 제일 나쁜 건 아예 판단을 내리지 않는 거야. 차라리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게 더 나아. 잘못된 판단을 내릴까봐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거, 이게 제일 나빠."

우리는 책을 '본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책이 우리를 보는 건지도 몰라. 책이 인간을 숙주로 삼아 잠시 머물다가 다른 숙주를 찾아 떠나는 것일지도.

마술사들은 앞에 있는 관객에게 카드를 고르게 함으로써 속임수를 감춘다고 한다. 사람들은 자기가 선택한 결과에 대해서는 싶게 믿어버리고 심지어 책임까지 지려고 하지 않는가. 그러고 보면 인간은 늘 다른 누군가가 아닌 자기 자신에게 속는 것이다.

 "나가자." 내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지갑을 꺼냈다. "내가 낼게."
 가난한 사람은 이렇게 해서 좀더 가난해진다. 그들은 가난을 부끄러워하기 때문에 결국 더 가난해진다. 가난을 숨기기 위해 '남들 다 하는 것'을 하고 그 '남들 다 하는 것' 때문에 빚을 지고 그 빚을 갚느라 세상의 노예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 잘 아는 것처럼."
 "꼭 경험해봐야 아나? 소설 같은 데 많이 나오잖아. 갑자기 인생에 환멸을 느끼고 어디론가 떠나버리는 사람들 이야기."
 그녀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궁금한 게 있어. 너는 왜 모든 걸 다 아는 것처럼 말해? 사실은 다 책에서 본 것들이면서 …… 아니야?"

 "너는 달팽이처럼, 지식이라는 딱딱한 껍데기 속에 웅크리고 있는 것만 같아."

 "말해본 적은 있어?"
 "뭐?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
 "응, 입 밖에 내서 말해본 적 있냐구. 한 번이라도."
 "음 …… 있는 것 같은데."
 거짓말이었다. 나는 그런 질문을 받을 때면 도저히 이룰 수 없을 것 같은 황당한 소망들을 늘어놓으며 그 순간을 모면해왔다. 그러면 사람들은 대충 다른 화제로 넘어갔다. 그렇다. 사람들은 남에게 별 관심이 없다. 그냥 할 말이 없으니 그런 뻔한 질문들을 던질 뿐이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이, 취직했냐, 결혼 안 하느냐 묻는 것도, 사실은 아무 관심도 없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의 나는 누가 나에 대해서 물으면 정말 궁금해서 묻는 줄 알고 온 힘을 다해서 대답을 했다. 그러나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사람들은 그저 떠오르는 대로 지껄이는 거였다. 적당한 대꾸만 해주면 그들은 즉시 다른 질문으로 넘어간다. 뻔한 질문만 입력된 사이보그와 대화하는 기분이었다. 그런 사이보그들은 젊고 만만한 사람들을 만나면 단 몇 개의 질문으로 버틴다. 넌 취직은 안 하냐, 국수는 언제 먹냐 등등. 그럴 때는 그냥 딴 생각을 하면 되는 것인데, 나는 언제나 "취직이 꼭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직은 저 자신에 대해 좀 더 알아보려고 합니다. 그게 우선인 것 같아서요. 그럼 취업도 자연히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같은 말을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았던 것이다. 왜 그랬을까? 그런 사이보그들이 원하는 것은 대화가 아니라 그냥 그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었는데.

 남들은 알아듣지 못하는, 자기만의 언어로 지은 작은 성에 자존심을 모셔두고 어려운 말과 험악한 분위기로 자기보다 약한 존재에게 으르렁거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게 장군에 대한 나의 첫인상이었다.

 "내가 볼 때 너는 정신적 불구야. 완벽하게 자기를 이해해 줄 사람을 찾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도망치고 있어. 하긴, 그것도 다 지 팔자지."

 "세상 어디에도 도망갈 곳은 없다는 거. 인간은 변하지 않고 문제는 반복되고 세상은 똑같다는 거야. 거긴 정말 이상한 곳이었는데, 처음에는 그랬을 뿐, 적응하고 나니 하나도 다른 게 없었어."

 지원은 '사랑하니까 이해한다' 고 말했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사랑은 사랑이고 이해는 이해고, 그러니까 그것은 서로 아무 관계가 없다.
 

 지금 이 사회를 살아가는 20대 젊은이들의 감성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그러나 '이건 내 이야기야.' 라고 감탄하며 읽다가도 문득 문득 의구심이 든다. 이 모든 이야기들은 결국 자기 합리화가 아닐까? '우리는 원래 이렇고, 그렇게 자라왔어. 지금 사회가 잘못된 거지, 우리 잘못은 아냐.'

 그리고 문학의 동시대성이 가지는 가치. 무라카미 하루키는 <상실의 시대>에서 죽어서 30년이 지나지 않은 작가의 책에는 손을 대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현 시점의 감성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문학의 가치는 시간이 지나면 소멸되는 것일까? 아니면 역사적 가치를 가지게 되나?  

 
 

2010년 9월 5일 일요일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저/이윤기
20세기 문학의 구도자,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대표작

『그리스인 조르바』는 카잔차키스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 준 작품으로, 호쾌하고 농탕한 자유인 조르바가 펼치는 영혼의 투쟁을 풍부한 상상력으로 그려 내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 조르바는 실존 인물로서, 카잔차키스는 『영혼의 자서전』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힌두교도들은 '구루(사부)'라고 부르고 수도승들은 '아버지'라고 부르는 삶의 길잡이를 한 사람 선택해야 했다면 나는 틀림없이 조르바를 택했을 것이다……. 주린 영혼을 채우기 위해 오랜 세월 책으로부터 빨아들인 영양분의 질량과, 겨우 몇 달 사이에 조르바로부터 느낀 자유의 질량을 돌이켜 볼 때마다 책으로 보낸 세월이 억울해서 나는 격분과 마음의 쓰라림을 견디지 못한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메토이소노' 즉, '거룩하게 되기'의 개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것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육체와 영혼, 물질과 정신의 임계 상태 너머에서 일어나는 변화이다. 포도가 포도즙이 되고 포도주가 되는 것이 물리적, 화학적인 변화라면, 포도주가 사랑이 되고 성체(聖體)가 되는 것은 바로 '메토이소노'인 것이다. 카잔차키스는 바로 이 책에서 조르바의 거침없이 자유로운 영혼의 투쟁을 통해 '삶의 메토이소노'를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이청준, <벌레 이야기>


벌레 이야기
이청준

박상륭, <죽음의 한 연구>


죽음의 한 연구 (상)
박상륭
기독교,불교,연금술,설화 등의 우주관을 공통된 구조로 보면서 죽음을 통해 불멸적인 인신의 구극을 완성하는 고행의 과정을 서사적으로 구현하는 장편소설.

카를 구스타프, <카를 융: 기억 꿈 사상>


카를 융 기억 꿈 사상
카를 구스타프 융 저/A. 야페 편/조성기
『카를 융 기억 꿈 사상』은 심리학의 거장이자 삶을 치유하는 영혼의 의사였지만 살아있는 세상 앞에 나서는 것을 극도로 꺼렸던 카를 융, 최후의 자서전이다.

나의 생애는 무의식의 자기 실현의 역사다 - 카를 융

이 책은 융의 제자이며 여비서였던 아니엘라 야페가 융의 나이 82세가 된 1957년부터 5년 가까이 그와 줄기차게 대담을 한 결과 엮어진 자서전으로 융이 한 문장 한 문장 손을 보았다고 전해진다. 자서전은 팔십이 넘은 나이에도 선명히 남아있는 어린 시절의 기억, 평생을 사로잡은 꿈, 죽음을 앞두고 경험한 환상 등을 생생하게 묘사하며 그것을 분석하고 의식화하는 과정을 세밀하게 그려나가고 있다.

카를 융은 외적인 사건이 내적 체험을 대신할 수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러한 융의 견해에 따라 자서전은 내적 사건들에 집중하고 있으며 카를 융 자신 생애의 특이성을 다루고 있는 책이다.

2010년 9월 3일 금요일

이희재, <번역의 탄생>


번역의 탄생
이희재
"번역이란 외국어를 옮기는 작업이 아니라, 한국어를 바로 세우는 작업이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2008 우수저작 및 출판 지원사업' 당선작. 영어와 한국어의 차이를 공시적이고 통시적으로 바라보면서, 단순히 어떻게 번역해야 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좀 더 깊숙이 언어 구조의 차이를 들여다본다. 기존 번역 지침서가 어구를 옮기는 번역의 기술에 치중하면서 하나하나의 테크닉을 나열하는 데 그쳤다면, 이 책은 뿔뿔이 흩어진 단편적 문제를 나열하는 게 아니라 번역의 기본 원칙과 우리말에 대한 이해에 대해 정리된 안목을 일관되게 제시한다.

저자는 번역을 ‘들이밀기’와 ‘길들이기’로 나눠 생각한다. 들이밀기는 출발어, 즉 원어를 중시하는 직역주의 정신에 충실하다. 길들이기는 도착어, 즉 자국어의 표현을 중시한다. ‘들이밀기’와 ‘길들이기’는 저자의 오랜 번역 경험이 도달한 새로운 번역 개념이다.

한국어는 대명사보다는 명사를 선호하고, 명사보다 동사를, 형용사보다 부사를 중시한다. 한국어는 교착어이기 때문에 어미와 접사를 풍부하게 활용할 수 있고, 또한 존칭어가 발달했다. 이러한 한국어의 특징을 영어뿐 아니라 프랑스어, 일본어와 견주고 분석해 차이를 이론적으로 드러냈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이처럼 책의 가장 큰 미덕은 한국어가 지닌 개성을 더욱 풍요롭게 창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서구 이론가의 추상적 틀이 아닌 한국어 현실에서 출발한 이론 틀과 구체적 삶에 뿌리를 둔 한국어 재창조의 방법은 번역가뿐 아니라 우리글을 올바르고 아릅답게 쓰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희망을 선사한다.

2010년 8월 13일 금요일

김두식, <불편해도 괜찮아>


불편해도 괜찮아
김두식 저/국가인권위원회 기획
영화보다 재미있고 드라마보다 중독성 강한 김두식표 인권 이야기

용감무쌍한 근육질 병사 300명이 ‘오리엔탈’ 괴물들을 무찌르는 영화 「300」에 열광하는 당신. 이제는 마냥 열광 할 수 만은 없다. 헌법학자 김두식은 책에서 화려한 영상 뒤에 “인종주의, 여성과 장애인 차별”이 도사리고 있으며, “영화의 흐름에 몸을 싣고 ‘팬티만 입은 근육맨’들에 열광하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 위험한 조류에 동조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불편해도 괜찮아』는 ‘인권’에 관한 책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기획으로 이 책을 집필하게 된 저자는 약 80여편에 이르는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를 인용하며 촌철살인의 말솜씨로 인권을 맛깔스럽게 풀어내고 있다. 이 책의 특장은 뭐니뭐니해도 ‘불편함’에 익숙해져버린 우리의 감수성을 경쾌한 터치로 톡톡 건드려 깨워준다는 점인데, ‘새로운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그 과정이 엄숙하거나 당위적이기는커녕 너무나도 유쾌하고 즐겁다. 청소년 인권을 이야기하는 데서 ‘지랄 총량의 법칙’이라는 위대한 인생법칙을 발견하고, 늘 머리로만 이해해온 성소수자 인권을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생각게 하는 저자의 입담은 언제나 그렇듯 읽는 이의 무릎을 치게 한다.

내용은 크게 청소년, 성소수자, 여성, 장애인 인권처럼 일상적인 문제부터 시작해 노동자, 종교와 병역거부, 검열 등 국가권력의 문제를 거쳐, 인종차별과 제노싸이드 같은 국제적인 문제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아우르고 있다. 책을 덮으면 어느새 새로운 인권감수성의 세계에 눈뜨게 된다.

사람 사는 세상 : 제16대 노무현 대통령 사진집


사람 사는 세상
노무현재단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며 한평생 살다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치열했던 삶과 소탈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담은 사진을 모은 정본 사진집이다. 유족이 제공한 유년시절, 청년시절의 사진과 보좌진이 제공한 사진 자료, 대통령 재임 시 및 퇴임 후 봉하마을에서 찍은 방대한 분량의 기록사진 중에서 선별한 442장의 사진이 실려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촬영을 어색해했지만 사진기자들의 수고에 늘 호의적이었으며, 열정적이고 솔직한 성품이 드러난 ‘포토제닉’한 사진을 가장 많이 남긴 대통령이었다. 5공 비리 청문회 장면, 민자당 반대 시위 장면 등 소신있는 정치인으로서의 모습뿐만 아니라 동네 아저씨처럼 소탈하고 인간적인 모습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 생애를 사진을 통해 살펴본다. 자석 탈착식 특수 양장본으로 제작된 이 책은 오랜 시간 후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억하고 늘 가슴에 품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해 주는 사진첩이 될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어볼까?


1Q84 1
무라카미 하루키 저/양윤옥
당신의 하늘에는 몇 개의 달이 떠 있습니까?
압도적인 이야기의 강렬함, 읽기를 멈출 수 없는 놀라운 흡인력
전세계 독자가 손꼽아 기다려온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의 결정판!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로 시작하여 『노르웨이의 숲』으로 마무리되는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의 집대성! 『해변의 카프카』 이후 7년 만에, 『어둠의 저편』 이후 5년 만에 출간된 무라카미 하루키 장편소설로, 일본에서는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출간되기 전 예약 판매 첫날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으며, 당일인 5월 29일 하루에만 68만 부가 판매. 발매 10일 만에 100만 부 판매, 출간 3개월 만에 2009년 일본 전체 서적 판매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또한 소설 속 주인공인 아오마메가 택시 안에서 듣는 곡인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 소설 속에 등장하는 러시아 작가 체호프의 여행기 『사할린 섬』 등 소설이 불러온 인기는 관련서적과 음반으로까지 확대되었다.

이처럼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킨 이 작품은 “지금 이 세상에 존재하는 내가 과연 진정한 나일까?”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전한다. 꽉 막힌 고속도로의 비상계단을 내려오면서 다른 세계로 접어든 여자 아오마메. 천부적인 문학성을 지닌 열일곱 소녀를 만나며 기묘한 사건에 휘말리는 작가지망생 덴고. 그들 앞에 펼쳐지는 1Q84! 그들은 몇 개의 달이 떠 있는 하늘 아래에서 만나게 될까?

2010년 7월 29일 목요일

김대중 자서전


김대중 자서전 세트
김대중
한국 민주주의 상징 김대중 그의 삶을 되돌아 본다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을 지낸 200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김대중의 자서전이다. 책은 김대중의 삶의 기록이자, 한국 현대사의 기록이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청소년 시기를 보내고,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해방, 한국전쟁과 한반도의 분단, 군부독재, 민주화 운동 시기를 거치며 살아온 김대중의 삶과 투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또한 1997년 한국에서 최초로 여야 간 정권 교체를 이룩하여 대통령에 취임하고, 분단 55년 만의 남북정상회담을 이룩함으로써 한반도에 화해와 협력을 가져온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이 책에는 군부독재와의 투쟁에서 5차례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6년간의 감옥 생활과 10년 동안의 망명과 연금 등 숱한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좌절하거나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행동하는 양심’으로 살아온 김대중의 삶이 들어 있다.

김대중은 대통령에 퇴임한 후 2004년부터 2009년 서거 직전까지 근 7년 동안 자서전을 구상하고 자료를 검토했다. 먼저 자서전 집필을 위해 60시간 동안 자신의 삶에 대한 구술을 남겼다. 또한 일기와 메모를 포함한 개인 소장 자료, 각종 연설문과 인터뷰 자료, 재임 중 국정기록들을 검토하고 수많은 관련자들의 증언을 청취했다.

『김대중 자서전』은 김대중의 구술과 각종 자료를 기초로 한국의 저명한 작가가 줄거리를 구성하고 초고를 집필했으며 김대중이 직접 검토·수정한 것이다. 그러나 ‘내 자서전은 사후에 출판하도록 하라’는 유지에 따라 서거 1주기를 맞은 오늘에서야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 김대중의 파란 만장한 삶의 궤적을 따라 오늘날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과연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계기가 될 책이다.

2010년 6월 10일 목요일

요네하라 마리, <미식견문록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음식기행>


미식견문록
요네하라 마리 저/이현진
음식 문화의 단면을 파헤치는 지적인 즐거움
식생활이라는 현미경으로 관찰한 삶의 서사, 시대의 풍경

『미식견문록』은 음식에 특별한 애정을 가진 저자가, 자신의 경험은 물론 음식에 관한 동서고금의 얘깃거리와 속담, 문화사까지 아우른 37편의 음식론이다. 책 곳곳에 스며든 저자 특유의 농담에 쿡쿡 웃음을 터트리다가도, 이 대단한 독서가가 꼼꼼히 안내하는 지식에 마음이 든든해진다. ‘읽어치우기’에 탐닉하던 지식여행자가 이번에는 ‘먹어치우기’를 주제로 인문학적인 지식을 곁들여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것이다.

음식은 역사와 분리해 생각할 수 없으며, 어느 음식에나 그에 관한 문화적 배경―식습관, 새로운 식품의 등장, 음식을 둘러싼 종교적 금기나 계급 차이, 문명 간 교류 등―이 들어 있다. 이 책 역시 이러한 음식사를 조목조목 소개한다. 코스로 나오는 프랑스 요리의 서비스 방식이 사실은 러시아에 뿌리를 두고 있다거나, 19세기만 하더라도 감자가 ‘악마의 열매’라는 종교적 믿음 탓에 널리 보급되지 못했다는 언급이 대표적이다.

또한 저자는 음식이라는 친근한 소재에 발을 담그고, 자신의 가장 개인적인 경험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낸다. 미식가였던 삼촌의 마지막 유언은 저녁 메뉴에 관한 것이었다거나, 라식 수술 뒤 일시적 실명 상태가 된 일본 환자에게 우메보시 도시락을 먹여 눈을 밝혀주었다거나…… 음식에 관한 사연들은 끊임없이 솟아난다. 이 과정에서 저자가 전하고 싶어하는 것은 에피소드를 넘어, 음식 한 그릇에 담긴 삶의 서사와 시대의 풍경이다.

2010년 5월 22일 토요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추도식 헌정사

          

노무현 대통령 영전에 고합니다.

 

대통령께선 세상을 떠나시면서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세워 달라는 유언을 남기셨습니다.

 

당신께선 ‘삶과 죽음이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냐’며 허허로운 마음으로 그렇게 말씀하셨지만, 대통령 노무현의 서거는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늘나라에서 보셨나요, 당신의 죽음을 슬퍼하던 그 추모의 물결을. 삼천리 방방곡곡이 검은 만장으로 뒤덮이고 흐느끼며, 몸부림치며 적어놓은 눈물의 추도사가 대로변 담벼락과 아스팔트 위에 칠겹 팔겹으로 도배됐던 것을….

 

어느 문장가가 그토록 절절한 애도의 글을 지은 적이 있으며, 어느 예술가가 그처럼 장대한 설치미술을 보여준 적이 있습니까. 국민의 마음이 이럴진대 어떻게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기라는 겁니까. 우리는 차라리 비석을 만들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 대신, 그 대신 이 잊을 수 없는 추모의 장면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는 역사의 공간으로 만들어 자손만대에 남겨 주기로 하였습니다.

 

당신의 영혼이 머무는 곳에 15000 장의 박석을 깔고 거기에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추도문을 새겨 넣어 그것을 당신께 바치는 비문으로 삼았습니다.

 

봉분을 대신한 고인돌 위엔 ‘대통령 노무현’ 여섯 글자만 새겼습니다. 그 이상 쓸 글이 없었습니다.

 

살아생전 그러셨듯이 부엉이바위로 사자바위로 올라가 보십시오. 하얗게 빛나는 비문박석들이 검푸른 자연박석과 어울리면서 한 폭의 아름다운 추상화로 펼쳐졌을 것입니다.

 

그 흔연한 어울림은 대통령께서 그렇게도 원하시던 ‘사람 사는 세상’ 같도록 수놓은 것입니다. 그래서 여기에 오르면 목 놓아 불러보고 싶어진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보고 싶습니다!” 그럴 때면 어디선가 ‘반갑습니다’ 하고 한껏 소리쳐 주시던 그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아 거기를 서성이며 차마 떠나지 못한답니다.

 

그러나 당신의 모습은 끝내 보이지 않습니다. 밀짚모자 쓰고 우리 앞에 나타나 밝게 미소 지으시며 손 흔들어 주시던 그 모습이 마냥 아쉽고도 그리워 돌아가는 우리의 발길을 무겁게 합니다.

 

그래도 자주 뵈러 올 겁니다. 대통령님! 안녕히 계십시오!


[한겨례]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21996.html

건강한 자기 관리를 위한 음식들

 요즘 새삼스럽게 느낀 건데, 건강하게 소식하면서 다이어트할 수 있는 음식도 꽤 많다.
 물론 채식을 하면 가장 좋겠지만, 매일 매일 밖에서 삼시 세끼를 해결하면 그게 참 어렵지.
 그 대신 먹는 음식 자체를 좀 건강하게 바꾸어 보자.


 두부
 요즘에는 '떠먹는 두부', '아침 두부' 등 식사용으로 나오는 두부 제품도 꽤 있더라.

 청국장, 낫또
 변비에 좋다고 해서 먹기 시작했다. 공복 시 먹으면 좋다고 함.

 고구마
 설명이 필요없는 다이어트 음식. 고구마 너무 좋아 좋아! 변비에도 좋다.

 견과류
 다이어트를 하더라도 견과류처럼 질 좋은 지방은 꾸준히 먹어주는 게 좋다.

 양배추, 푸룬
 변비에 좋은 또 다른 음식.

 양파즙
 지방 연소에 도움이 된다던가. 변비에도 좋다던가. 이제 먹어볼라고.

 요구르트
 시중 요구르트와 우유를 섞어서 따뜻한 곳에 8시간만 두면 제대로 된 요구르트가 된다.

 홍초
 물 많이 마시는 거야 기본이고, 홍초도 순환에 도움이 된다고.
 운동하면서 먹어보면 물보다는 홍초가 확실히 배설이 빠르긴 하더라.

 토마토

 

채다인, <나는 편의점에 탐닉한다>


나는 편의점에 탐닉한다
채다인
〈작은 탐닉 시리즈〉 열일곱 번째 이야기 『나는 편의점에 탐닉한다』. 500개의 삼각김밥과 135종의 샌드위치를 비롯, 편의점에서 파는 온갖 식품들을 시식한 후 그 시식기를 블로그에 올린 파워 블로거 채다인의 경이로운 편의점 품평기이다.

대학 시절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것을 계기로 컵라면과 삼각김밥에 심취하기 시작한 저자는, 이후 편의점 음식에 대한 섬세한 평가와 편의점이라는 작은 공간을 24시간 이용하는 ‘파란만장 인생’들에 관한 에피소드를 블로그에 연재하기 시작했고, 그녀의 블로그는 최다 링크 블로그로 기록되었다. 또한 그녀는 ‘편의점 평론가’라는 신종 단어로 불리기 시작했다.

저자는 1년 365일 언제 찾아가도 원하는 물건을 척척 대령하는 편의점이라는 공간을 ‘도심 속의 오아시스’라고 명명한다. 편의점 직원이라는 위치에서 바라본 이야기들은 편의점이라는 공간이 단순히 먹을거리만 제공하는 가게가 아님을 보여준다.

갖고 싶은 책 〈작은 탐닉〉 시리즈는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을 담아낸 책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반 책보다 조금 작은 판형으로 만들어 들고 다니면서 언제든지 읽을 수 있는 작은 즐거움도 선사한다.

2010년 5월 3일 월요일

재미없더라. <아이언맨2>




















용산 CGV, 동천이와.


그러고보니 <아이언맨1>을 보지 않았더라. 원래 봐도 어떤 내용인지 기억 안 날 것 같은 영화이니 내가 기억을 못하는 줄 알았는데, 가끔 언급되는 前史를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하긴 내 취향은 아니다. 

 영화는 지루하고 재미없었다. 로보트가 나와서 빔쏘며 싸우는 것도 처음에나 재미있지, 계속 보니까 별로 새롭지도 않았다. 수퍼 히어로의 매력을 담기에는 캐릭터가 너무 얄팍하고 문제 해결은 어이없이 쉽게 끝날 뿐더러 - 친하지도 않았던 아버지가 아들에게 미래를 맡기며 준 힌트로 인해 죽어가던 아들이 살아난다. 친하지도 았았던 아들은 아버지의 애정에 감사하면서 그 힌트를 너무 쉽게 푼다 -, 그나마 개연성있는 인물인 이반 반코에 대해서는 제대로 그려지지 않는다. 아이언맨의 여비서로 나온 두 여배우 - 기네스 팰트로와 스칼렛 요한슨 - 들은 왜 굳이 그 사람들을 썼는지 이해가 안된다. 샘 록웰이 열연한 해머는 너무 수다스럽고 시끄러워서 짜증이 난다.

 그나마 영웅에 가까운 - 혹은 그나마 정상적인 - 인간성을 보여주는 건 토니의 친구인 공군 중위 - 돈 치들 - 정도랄까. 잘 단련된 육체를 드러내며 흰색 스포츠카를 몰고 다닐 때 말고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주인공 - 물론 배우의 탓으로 돌리고 싶지는 않다 - 은 영화 전체를 지루하게 한다. 

2010년 4월 22일 목요일

보기 드문 수작, <천하장사 마돈나>














정말 오래 전에 쓴 영화 리뷰. 지금 다시 보니 가득한 허세가 마구 느껴진다. 그 당시에는 나름대로 잘 썼다고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성민이가 그대로 복사+붙여쓰기하여 어떤 교양 수업에 레포트 발표했다고 함. 선생님이 칭찬까지 하셨다고.




<천하장사 마돈나>는 간만에 보는 수작이다. 이해준, 이해영 두 감독은 <안녕! 유에프오>, <남극일기> 등의 시나리오 작가였다는데, 정말 타고난 이야기꾼인 것 같다. 2시간여 동안의 상영 동안 내내 정말 팽팽하게 재미있었다. 적당히 심각하고 영악하게 마무리 하는 성정치 영화가 이 정도로 만들어 졌다는 건 정말 의미가 있다.

 

 

1. 류덕환

 

 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 바로 동구. 류덕환 <웰컴 투 동막골>에 나왔다는데, 현재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원래 쟤가 저런가싶을 정도로 여성성을 섬세하고 완벽하게 형상화해서 너무 감탄스러웠다. 말은 또 얼마나 예쁘게 하는지. 온몸으로 연기하고 있어서, 얼굴 말고 몸만 봐도 얘가 수줍어 하고 있구나가 느껴진다. 요즘에는 그 또래 여자아이들도 그렇게 섬세하고 통상적인 여성스러움을 구현해내기 힘들텐데, 엄마도 부재하면서 어쩌면 저렇게 아이가 예쁘게 컸는지 보는 내내 신기했다.

 류덕환은 대단하다. ‘동구를 벗겨놓고 보면 키도 작고, 그다지 잘생기지도 않은 평범한 20대 남자이지만, 화면 속에서의 폭발력은 대단하다. 초경을 하는 꿈을 꾸고 깨어보니 몽정을 했을 때, 울면서 팬티를 빠는 동구의 장면. 등까지도 연기를 하고 있었다(그러고 보니 이 장면은 <다세포소녀>의 두눈박이가 포르노를 보고 발기를 하는 장면과 비슷하다).

  

 

2. 아버지, 가족

 

 두 감독 중 하나가 인터뷰에서 아버지를 뒤집어서 날려버리고 싶다는 환타지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솔직히 나는 그런 측면에서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그러나 그 환타지는 우리 세대 또한 여전히 안고있는 아버지로 대표되는 가부장에 대한 부담감과 거부감을 제대로 찌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동구와 아버지의 관계는 파격적이지만 현실적이고 여운이 남게 종결되었다. 한국 영화는 마초아버지의 자식사랑을 그동안 너무 미화해오지 않았는가. ‘아버지가 마초이고 폭력적이고 찌질하긴 하지만, 자식들을 무한히 사랑하며, 고로 가족은 사랑으로 아버지를 감싸안아야 한다는 식의 휴머니즘은 이제 지겹다.

 가족은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는 단위가 아니다. 가족에게도 불가능이 존재한다는 것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가족에게 상정되는 무한한 가능성때문에 우리의 어머니가, 아버지가, 그리고 누나, 형이 살해되는 것은 아닐까. 서로 지원하고 이해해주어야 하는, 그렇게 하기로 선천적으로 규정되는 관계들.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는 형제끼리, 부모끼리 접점을 찾지 못하고 뱅뱅 도는 경우가 정말 많은데도, 이런 이야기는 스크린에서 금기시된다. 그것은 한국영화가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가부장성, 마초성에도 기인한 바가 크겠지만, 가족의 한계를 효과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 장치가 그동안 부재했다는 것도 원인이다. 인간을 규정짓는 모든 단어가 무기력하듯이 가족 또한 그렇다. 나와 아버지, 어머니의 관계를 생각해보라. 거대한 동그라미 속에서 일부는 부정하고, 일부는 무시하고, 일부는 못본 척하고, 일부는 사랑하고, 일부는 이해한다. 이 미묘복잡한 관계를 언어로 풀어내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재미있게 보았던 <가족의 탄생>은 이 일을 가족의 범위를 넓힘으로써 해결했다. ‘가족이 가지는 무한한 가능성을 위해 현재까지의 개념을 재조정한 것이다.

 반대로 <천하장사 마돈나>는 동구의 가족을 그대로 직시하면서 문제를 풀어나간다. 동구를 살게 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죽었다가 깨어나도 동구를 이해할 수 없다. 아버지가 잘못이라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다름이다. 아버지가 전체적으로 무능하고 폭력적이고 문제적인 인간이지만, ‘성전환이라는 성정치적 문제에 대한 견해는 스스로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원래 그런 인간이니까는 그 인간에 대한 무시라기 보다는 인정이다. 그것이 비록 왜곡된 남성성에 의해 변형된 것이라 할지라도. 영화가 이 다름에 대해서 내놓을 수 있는 대안은 갈라서는 것 밖에 없다. 서로 영원히 평행선일 테니까. 사랑은 같음만큼이나 다름을 존중하는 것일지 모른다. 마지막 동구의 ‘Like a Virgin’ 무대에서 아버지가 뒤에서 옅은 웃음을 띄우며 동구를 바라봤다면, 오히려 그 결말이 더 억지스러웠을 것 같다.

 

 

3. 어머니, 가족.

 

 영화 줄거리의 두 축은 동구의 가족과 씨름이다. 그래서 씨름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 전에, 예쁜 아이 동구의 가족을 이야기할 필요가 있기에 서술이 길어진다. 인간이 스스로 가지는 자존감은 10대 이전의 성장과정에서 거의 대부분 형성된다고 한다(어디서 주워들었다). 주로 어머니와의 관계를 통해서. 그러니까 자신의 존재를 파생시켜 준 사람과의 유대를 통해서 존재에 대한 인식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나는 항상 궁금했다. 동구는 어떻게 저렇게 예쁘게 컸을까. 어떻게 저렇게 씩씩하고 발랄할 수가 있을까.

 이상아는 동구 어머니 역에 제격이었다. 그는 이 영화의 촬영 이후 인터뷰에서, 왕년의 스타였다가 조연으로 추락한 자기자신에 대한 자괴감을 털어놓은 적이 있지만 도리어 이상아가 느끼는 그런 감정이 연기에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동구 어머니 수정은 그런 사람이니까. 같이 본 친구는 이상아 얼굴을 클로즈업 할 때마다 자신도 울컥하더라고 그랬다.

 왜 어머니는 이해하는데, 아버지는 그렇지 못할까. 우리가 다큐멘터리, ‘그것이 알고싶다등등에서 보는 거의 모든 현실에서 가족들은 그렇다. 어머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트렌스젠더인 자녀를 지원하지만, 아버지는 그렇지 않다. 게이, 트렌스젠더 등 성적 소수자에 대해 남성보다는 여성의 포용성이 더 크다는 수치를 본 적이 있다. 여성 또한 소수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머니도 여성이라서 그런 걸까. 답은 모르겠지만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다. 혹시 동구가 딸이라서 그런 건 아닐까. 동구와 동구 어머니의 대화는 딸과 엄마의 대화이다. 내가 알기로 아들들은 어머니와 그런 식의 관계적인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물론 딸이라고 모두 그런 대화를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일반적으로 그렇다. 그래서 어머니는 이해할 수 있었던 걸까.

 

 

4. 씨름부.

 

 씨름부 애들이 나오는 장면은 정말 재밌다. 까르르 넘어갈 정도로. 겨드랑이가 민감한 애는 어쩌다 씨름을 하게 되었을까. 성적 흥분을 느끼면 쇼트트랙 자세를 취하는 애는 정말 영화내내 한마디도 안 하는데, 신기하게도 뭔가 계속 연기를 하고 있다. 문세윤은 정말 귀여웠다. 대사를 하면 웃찾사 분위기가 난다. 본인이 그것을 의도적으로 계산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입에 그렇게 붙어버린 것일 수도 있다. 동규의 체취를 좋다고 맡아보는 장면이나, ‘나 너 때문에 자꾸 헷갈릴라 그래라는 대사를 뱉은 문세윤의 표정은 너무 귀여워서 깨물어주고 싶었다. 몸이 큰 애들도 그렇게 귀여울 수가 있구나. 이제 살쪄도 귀엽게 찌도록 하자.

 마지막 결승전, 동구가 이길까, 이언이 이길까. 결말을 예측할 수가 없어서 정말 흥미롭게 보았다. 난 솔직히 이언이 이겼으면 했다. 씨름선수로서 이언의 개인적인 고민도 굉장히 심각해보였기 때문이다. 이언은 고3이지만, 동구는 아직 고1이니까, 내년에 우승해도 된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뭐 동구가 이겼다. 그리고 동구는 성전환 수술을 했다.

 씨름부가 신선했던 이유는 모두 동구를 이해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갈등이 있지만(특히 이언과), 그들은 동구를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다. 그것은 동구가 워낙 예쁘고 누구나 좋아할 아이이기 때문일까. 한창 마초성에 길들여져서 과도한 남성성에 취하는 그 또래 남자아이들과 달리 어쩌다가 씨름부는 동구를 사랑하게 되었을까. 그 자신들이 뚱뚱한 일종의 소수자라서 그랬나. 나는 이 부분이 이 영화를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결정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동구의 절박함과 희망이 누군가에게 이해되고 사랑받는 그 순간. 그래서 그들은 모두 동구의 공연에 가지 않았나. 문세윤은 장미꽃다발까지 들고.

 모두가 백윤식의 카리스마를 칭찬하지만, 나는 그저 그랬다. 항상 중요한 순간에 똥이나 싸는감독이 신선하고, 동구를 알아봐주고 이해하는 스승으로서의 그는 멋지다. 하지만 강렬한지는 모르겠다. 항상 똥만 싸고 있어서 얼굴 클로즈업도 몇 컷 안 나온 것 같다. .

 

 

5. 소수자

 

 ‘지금까지 계속 스스로가 사회적 소수자라서 동구를 이해한 걸까의 물음. 못된 인간은 절대로 자신과 다른 부류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을지 모른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최대한 너그러운 표정으로 말하는 이해해의 말은 상관하지 않겠다의 다른 표현이다. ‘너를 설득하려 하지 않겠다는 최소한의 배려이다. 계급을 뛰어넘는, 성적 취향을 뛰어넘는 이해와 사랑이 가능할까. 남성 페미니스트는 정말 존재 할 수 있을까. 부르주아 맑시스트는 허식이 아닐까. 이성애자인 게이 인권운동가는 진정일까. 나는 내가 이해한다, 인정한다고 말하는 소수적 존재들을 정말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항상 궁금하다. 자신에게 주어진 단위를 넘어서 다른 단위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와 상대방의 존재가 가지는 근본적인 괴리를 어떻게 극복할까. 여기까지가 내 인식의 한계이다. 그래서 나는 정말 궁금하다.

 

 

나는 <왕의 남자>를 보고 난 주변사람들의 반응에 놀랐다. 성별, 가치관, 나이에 따라 반응이 너무 판이하게 달라서. 물론 <천하장사 마돈나> <왕의 남자>보다 훨씬 더 발랄하지만 더 심각하다. 그리고 건드리는 문제의식도 훨씬 더 깊숙하다. 관객이 얼마나 들지 궁금하다. 내가 영화 보는 내내 옆에 앉은 커플 관객은 쟤 왜 저래? 미쳤어?’를 연발했다. 나는 추천하고 싶지만 불편해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이해한다’.

 


일본식 막장드라마, <사요나라 이츠카>
















 2010년 4월 21일 용산 CGV에서 동천이와.


 

 스치면서 본 예고편의 여주인공이 너무 매력적이라서 괜히 보고싶었다. 감독 이름도 어디서 들어본 것 같고, 츠지 히토나리야 워낙 유명한 작가고, 적어도 범작은 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하며 벼르고 별러 본 영화다.

 그러나!
 영화 시간 내내 실소만 자아내는 막장드라마.

 첫째, 이 두 사람이 왜 그렇게 애절하게 사랑에 빠졌는지도 잘 모르겠고,
 둘째, 왜 25년동안 연락 한 번 안하고 그리워했는지 모르겠고 (일본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나의 '한국적'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되는 커뮤니케이션 단절 상태가 종종 나온다. 아이바 마사키의 <마이걸> 처럼),
 셋째, 여자가 남자에게 반한 이유라는 꿈이라는 게 - 항공회사의 사장이 되어 자신의 비행기로 지구의 하늘을 채울 것이라는 - 그렇게 매력적인지도 잘 모르겠고,
 넷째, 방콕 지사의 지사장과 직원 둘이 25년 후에 각각 사장, 부사장이 되는 것이 가능한 지도 잘 모르겠고,
 다섯째, 여자는 그렇다면 '본처-첩' 컴플렉스에 못이겨 떠난 것인지, 남자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 없어서 떠난 것인지도,
 여섯째, 도대체 이 여자는 왜 돈이 많았던 것이며, 25년 후에는 왜 또 그렇게 몰락했던 것인지 정말 하나도 모르겠다.
 
 그 외에도 모르는 것이 참 많았던 영화였다.

 또한, 어이없는 스토리로 개연성 없는 모든 이야기들을 쑤셔넣는 막장드라마처럼, 이 영화에서는 정말 많은 이야기가 순간 순간 지나갔다.

 1. 본처 - 첩 컴플렉스
 2. 25년 간 남자의 부인이 '사악하게도' 혼자 간직해 온 비밀
 3. 세대 갈등
 4. 중년 세대의 잃어버린 꿈
 5. 1980년대 엔고현상이 발생하면서 시작된 일본의 동남아시아 개척
 6. 일본인들의 야구 사랑

 딱 하나 볼 것이 있었다면, 일본 민족에서는 정말 백만명 중 한 명 정도 태어날 것 같은 몸매의 소유자였던 두 주인공.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남자 주인공 - 니시지마 히데토시 - 참 멋지더라. 조각 같이 잘 생긴 얼굴은 아니나, 분위기 있는 풍모와 몸매에 반해버렸다. 일본에도 은근히 멋진 중년 남자 배우가 많은 것 같더라.

덧. 이건 순전히 사족으로, <씨네21>에서 이 영화와 관련된 스틸 사진을 보다가 든 생각.
     이재한 감독은 내가 본 영화감독 중에 스틸 사진에 가장 많이 찍힌 감독.
     사진마다 범상치않은 포즈를 취한 이재한 감독을 보고 '겉멋이 좀 든 타입이네' 라는 생각이 듬.
 

 

2010년 4월 21일 수요일

평범한 감동의 미덕, <The Blind Side>

 













날씨 좋았던 봄날, 4월 17일 신림 롯데시네마에서 혼자.

 

 


 
 잘 짜여진 스토리와 플롯을 통해 현실을 향한 날카로운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들이 있다. 이런 영화들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우리가 평범하게 지나왔던 일상을 다시 생각하게 하고, 변화를 위한 의지를 다지게 만든다. 그 대척점에는 <블라인드 사이드> 처럼 평범한 감동을 주는 영화들이 있다. 세상을 바꾸자는 메시지를 외치기 보다는, 평범하고 소소하게 개인들의 사랑과 믿음을 강조하고, 인간들 간의 관계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을 통해 감동을 준다.
 
 영화 보는 내내 눈물이 흘렀다. 정작 영화 속 인물들은 드러내놓고 울거나 눈물을 흘리지 않는데도, 오히려 그 담담한 태도가 보는 이들을 눈물짓게 했다. 마이클은 표정이 없는 아이다. 자신이 슬퍼하거나 아파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아이가 리앤의 가족의 되면서 웃게 되고, 화내게 되고, 자신의 기분을 말하게 된다. 자신의 편이 되어줄 가족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 순간 순간에서 클로즈업되는 마이클의 표정과 눈빛이 눈물짓게 했다. 

 이 영화를 통해 산드라 블럭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영화의 힘은 거의 모두 그에게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추운 겨울날 반팔을 입고 체육관으로 걸어가는 마이클을 보고 '충동적으로' 데려와 먹이고 재우고, 그리고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입양을 하고, 제대로 된 교육을 시켜, 대학까지 보내는, 매우 이상적이고 동시에 비현실적인, 우리 같은 범인으로서는 '저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의 의문을 자아내는, 대범하고 의리있는 여성이 산드라 블럭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현실감을 획득하면서 영화를 살릴 수 있었을까. (물론 그래서 잠깐 '합리적인' 의문이 들기도 한다. '리앤이 저렇게 적극적으로 마이클을 보살피는 동안, 다른 가족들은 정말 아무런 불만이 없었을까, 남편과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 저토록 일말의 갈등없이 리앤의 의견을 전적으로 따랐을까. 정말 복받을 가정이네.')

 물론 굉장히 거대하고 복잡한 사회적 배경에 비해 영화의 스토리와 플롯은 매우 단순하게 '감동적으로' 흘러간다. 이 것은 영화의 힘이자 동시에 한계이다. 미국 남부에서의 인종 갈등, 제도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마이클과 같은 아이들, 럭비와 같은 백인 스포츠 업계에서의 인종 차별. 영화는 이 모든 배경들을 흐리게 처리하고 오로지 리앤과 마이클 사이에 흐르는 믿음과 애정의 흐름에만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결국 영화는 현실 속에서는 도저히 존재할 수 없을 것 같은 '아름다운 설화' 가 되어버렸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단다. 그리고 마이클 오어는 실제로 현재 리그에서 뛰고 있는 프로선수란다. 실제로 영화의 마지막은 마이클 오어와 리앤 가족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마무리된다.

 미국의 역사적 힘인 '보수주의'가 이런 식으로 발현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가 좀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명하면서 '미국의 보수주의자'의 이상형을 보여준다면, 이 영화는 아주 당연하게 보수주의적 세계관과 가치를 배경으로 깔면서 '아름다운 이야기'를 '아름답게만' 보여준다. 그래서 보는 이들이 알게 모르게 미국 보수주의에 감동하게 찬양하도록 한다. 미국 공화당의 텃밭인 테네시 주에서 부유하게 살면서, 백인 스포츠인 럭비에 목숨을 걸고, 태어나서 가톨릭은 거의 본 적 조차 없는, 독실한 개신교도들인 리앤 부부의 선행이야말로 미국 보수주의의 진실이라는 듯이.

 그러나! 수많은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메마른 나에게 가슴 충만한 감동을 준 영화다. 다시 보고 싶을 정도로. 특히 억지로 눈물을 짜내지 않는 담백함이 반가웠다.

2010년 4월 19일 월요일

새로운 귀요미, 베이



 새로운 귀요미, 베이.
 San Francisco의 Bay area에 가서 살자는 염원을 담아 지은 이름이다.

 정말 인형처럼 깜찍하게 생겼다. 발도 분홍색이다.
 3개월 정도 되었나? 테로의 1/5 정도 되는 몸집으로 발발거리면서 헤집는데 어찌나 귀여운지.
 
 테로와는 달리 혈통증명서도 있는 러시아블루 순종.
 테로를 데려온 가격의 아무리 큰 상수를 곱해도 절대 나오지 않는 가격의 소유자.
 (테로의 가격이 0 이므로)
 이 아이 덕분에 나의 봄 옷 쇼핑은 물 건너 갔다.

 발랄하고 쾌활한 첫 인상과는 달리 이튿날 적응이 좀 되자 테로에게 으르렁대기 시작했다.
 첫 날 테로가 하악댈 때 머뭇거린 것은 단순히 간을 좀 본 것이었다!
 테로가 서열 3위로 내려갈 것인지, 서열 2위 자리를 지킬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만간 테로와 베이, 베이와 테로에 대한 포스트 하나 올리겠다.
 원래 테로도 품종(!)과 나이에 비해서는 굉장히 관리가 잘 된 몸매의 소유자인데, 갑자기 베이와 비교하니 몸집이 매우 큰 거구로 보인다. 베이는 다 커도 아마 테로보다 작을 듯.
 
 아, 어쨌든 나는 만년 서열 꼴찌인가.

2010년 3월 30일 화요일

<리영희 프리즘: 우리 시대의 교양>


리영희 프리즘
고병권,천정환,김동춘,이찬수,오길영,이대근,안수찬,은수미,한윤형,김현진 공저
이 책은 리영희의 팔순(2009년 12월 2일)을 축하하고 기념하기 위해서 기획되었다. 그러나 이 책은 일방적인 존경과 흠모를 보내는 보통의 헌정 도서와 다르게 구성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리영희의 의미와 영향력을 되새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리영희를 통해서, 리영희가 지녔던 교양의 힘을 매개로 새로운 교양 목록을 10명의 저자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리영희는 새로운 교양을 촉발하는 원재료이고, 다양한 교양의 목록을 묶어주는 고리의 역할을 한다. 또 서문을 쓴 홍세화를 필두로, 리영희를 사상의 스승으로 모시는 70,80년대 학번부터 리영희의 제자가 아니었다고 밝히는 90년대 학번, 20대 논객으로 주목받는 2000년대 학번까지 세대를 넘어선 다양한 필자군으로 구성함으로써, 리영희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책의 저자들은 리영희를 프리즘으로 삼아 우리 시대를 이해하고, 다른 세상, 다른 삶을 위한 새로운 고민을 시작하고 있다.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인지부터(고병권), 책 읽기(천정환), 전쟁(김동춘), 종교(이찬수), 영어 공부(오길영), 지식인(이대근), 기자(안수찬), 청년 세대(한윤형)에 이르기까지 리영희를 매개로 우리 시대 교양의 기초를 다짐으로써 깨어 있고자 한 청춘들이 읽어야 할 필독서였고, 알아야 할 교양의 첫 번째 목록이었던 리영희를 되새기고 있다.

2010년 3월 22일 월요일

황성수, <현미밥 채식>


현미밥 채식
황성수
MBC스페셜 '목숨 걸고 편식하다', '편식으로 고혈압잡기'의 주인공
편식으로 병을 고치는 의사 황성수의 병 안 걸리는 식사법, 현미밥채식

MBC스페셜 '목숨 걸고 편식하다', '편식으로 고혈압잡기'에 소개되어 센세이션을 일으킨 현미밥채식의 영양 가치와 섭취법, 질병 예방 및 치유효과를 소개하는 책이다. 저자인 황성수 박사는 잘못 먹어온 음식 때문에 혈관에 병이 생긴 환자들을 치료하는 신경외과 의사다. 그는 자신을 찾는 환자들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20여 년 가까이 현미밥채식을 제공해왔으며, 그의 처방대로 고기·생선·우유·계란과 같은 동물성 식품을 끊고 현미밥채식을 실시한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복용해오던 약을 끊고 건강을 회복했다.

곡식과 채소의 섭취가 줄고 동물성 식품의 섭취가 늘어나면서 고혈압, 당뇨병, 비만, 심­뇌혈관병, 대장암 등의 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여전히 건강을 잃고 나서야 후회하며 방법을 찾을 뿐, 그 전에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음식을 먹지 말아야 하는지 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이 책은 건강을 위해 무엇을 먹고 무엇을 먹지 말아야 하는지, 현미밥채식이 사람의 몸에 어떤 기적을 만들어내며 동물성 식품이 왜 건강을 해치는지, 평생 현미밥채식을 즐기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분명한 지침을 제공한다.

2010년 3월 10일 수요일

김연수, <꾿빠이, 이상>


꾿빠이, 이상
김연수
90년대 신세대 작가 중 가장 이지적인 글쓰기를 선보이고 있는 저자의 장편소설이다. 1930년대에 활동했던 천재 작가 '이상'에 대한 치밀한 연구와 고증을 바탕으로, 이상과 그 주변 인물에 대한 실제 기록과 그의 작품을 인용하는 한편, 이상의 유실된 데드마스크와 가상의 시, 상상의 인물들을 등장시켜가며 허구와 사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글씨기의 실험적 형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에서 저자는 이상이 남긴 비밀을 추적해가는 지적 추리의 세계로 이끌어 가는 동시에, 진짜와 가짜, 실재와 허구에 대한 존재론적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만약 어떤 배우가 완벽하게 무대 인물로 바뀌었을 때, 우리는 그 무대 인물에게서 배우를 분리해낼 수 있을까? 다시 말해서 그 무대 인물을 가리켜 가상의 존재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가상의 존재라고 지적하는 사람은 무대 바깥에 있는 사람들일 뿐이다. 무대 위에서 그 배우는 사라진다.

백운산으로 이르는 오솔길로 한참 걷다가 후박나무 사이로 난 작은 길을 봤다. 지형과 지도로 짐작건대 능선으로 바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길이었다. 한시라도 빨리 정상에 다다르고 싶었던 나는 그 작은 길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약초 캐러 다니는 길인 듯, 한 500m쯤 가서 그 길은 끊겼다. 길이 끊어진 그 곳은 가파르긴 해도 바로 능선 아래쪽이었다. 나는 능선을 향해 필사적으로 올라갔다. 한 한 시간을 걸었을까, 능선에 이르러 한숨을 내쉬곤 잠시 쉬었다가 다시 걸어가다 보니 후박나무 사이로 난 작은 길이 보였다. 나는 다시 그 자리에 온 것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산악인들이 흔히 링반델룽이라고 말하는 경험이었다. 다시 지도를 펼치고 한참을 들여다봤지만, 내가 걸어온 길을 지도 상에서 되짚어갈 수 없았다.

파스칼은 종교적인 신앙심을 수학 공식으로 남겼다. 한 사람이 선행을 쌓아서 천국으로 들어갈 확률은 아무리 작다 해도 유한한 값을 가진다. 반면에 종교가 보장하는 가치는 무한하다. 이 둘을 곱하면 무한한 기대값이 나온다. 그러기에 명민한 도박꾼이라면 누구라도 종교에 뛰어들지 않을 이유가 없다.

- <데드마스크>


탐침하듯 인간은 자신의 의지를 저처럼 광활한 운명의 땅에 드리우며 미래를 예측한다. 인간은 무엇보다 자신의 의지대로 자신을 형성시킨다. 운명이 아무리 광대하고 폭력적이라고 하더라도 인간만은 그 운명과 맞서 자신의 의지를 실현시킬 수 있는 존재다.
그러나 과연 우리가 의지를 가지고 맞선다고 할 때, 맞서는 그 대상을 일러 운명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한번이라도 전기를 써본 사람이라면 우리의 의지가 맞서는 그 대상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의지 자체가 운명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할 것이다. 끊임없이 남빛의 바다를 하얀 물보라로 바꾸는 뱃길 주변에서는 아무리 해도 당장 대양의 권태로운 푸른빛이 보이지 않듯이 인간의 의지 역시 삶의 여러 굴곡 중 하나일지 모른다. 때로 파도가 치고 남빛 대양의 한켠이 하얀 물보라로 부서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아주 사소한 부분일 뿐이다. 운명한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서야 자신의 진짜 얼굴을 보여줄 뿐이다. 운명은 논리적으로 인간의 의지에 맞서지 않는다. 다만 마지막 한 순간에 모든 것을 보여준다. 씨앗이며 고목을, 꽃이며 과실을, 새순이며 낙엽을, 탄생이며 죽음을. 그 속에 인간의 보잘것없는 의지까지 포함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 <잃어버린 꽃>

신형철, <몰락의 에티카>


몰락의 에티카
신형철
문학은 몰락의 에티카(윤리)다

시인과 소설가들이 환영하는 젊고 발랄한 비평가가 출현했다. '제2의 김현'이라는, 귀가 솔깃하다 못해 자리를 박차고 직접 확인해보고픈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극찬이 들려온다. 비평이 더 이상 창작에 열등감을 갖지 않게 된 것도 그의 덕이라는 놀라운 찬사도. 도대체 무엇이, 얼마나 다른 것일까. '혜성과도 같은 신예'라는 수식어와는 달리 등단한 지 4년이 되어서야 그의 첫 평론집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쉽고 친절하며, 재미있기까지 한데다 아주 유려한 문체를 구사한다는 그의 비평을 확인하는 것은 하나의 '의무'로까지 느껴진다.

저자는 시와 소설, 근대와 현대, 작품과 장르를 넘나들며, 우리가 한국문학과 소통할 수 있는 접점들을 곳곳에 마련한다. 김영하, 강영숙, 박민규, 김훈, 박상원, 배수아의 작품을 통해 90년대 이후 이념이 사라진 한국문학계에 어떤 삶이 진실하고 아름다운 삶인지를 묻는 윤리학의 출현을 살피고 있으며, 2000년대에 등장한 젊은 시인들의 모험을 옹호하기도 한다. 한국 현대시사에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는 이상, 윤동주, 김수영, 황지우, 오생근, 김혜순의 시 혹은 시론을 다루기도 하며, 그간 단행본에 수록된 해설들을 적절히 골라 묶기도 하였다.

이렇게 정리된 한 권의 책을 읽고나면, 저자가 문학에 걸고 있는 희망과 애정, 의미가 묵직하게 다가온다. 그것을 한 문자으로 정리한 것이 '몰락의 에티카'이다. 온세계가 성공을 말할 때 문학은 몰락을 선택한 자들을 내세워 삶을 바꿔야 한다고, 세계는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 이것이 몰락 이후 문학이 보여줄 첫 번째 표정이다. 이것이 바로 문학의 에티카(윤리)다. “윤리적으로 급진적인 소설들이 문학적으로도 훌륭하다”

김연수, <세계의 끝, 여자친구>


세계의 끝 여자친구
김연수
한국문학의 영토를 넓혀가는 새로운 상상력의 촉수 김연수 신작 소설집!

김연수. 이보다 더 ‘삶-이야기’를 갈망하는 작가가 또 있었던가. ‘나’의 이야기를 찾아 끊임없이 제 안으로 향했던 작가의 눈과 귀와 가슴은 서서히, 조금씩 조금씩 ‘우리’를 향해, ‘세계’를 향해 더 크게 열려왔다. 이번 작품집에 실린 소설들에서 역시 마찬가지다. 2005년 봄부터 2009년 여름까지 씌어진 아홉 편의 ‘이야기’ 속에는 어느 날 문득, 미세하게 균열을 일으키며 무너지는 ‘세계/나’와 거기에서 새롭게 시작되는 ‘이야기’, 그리고 다시 한쪽 끝에서 무너진 그 세계가 다른 한쪽 끝과 연결되면서 만들어지는 또다른 ‘이야기’가 있다.

밑줄을 긋게 만드는 밀도 높고 아름다운 문장, 우아하고도 재치있는 농담과 유머, 그리고 그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진지한 문제의식은 여전하고, 우리는 그 안에서 위로받는다. 그가 기억하는 삶의 이야기들 속에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한, 우리는 노력해야만 한다.”
나는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에 회의적이다. 우리는 대부분 다른 사람들을 오해한다. 네 마음을 내가 알아, 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네가 하는 말의 뜻도 모른다, 라고 해야 한다. 내가 희망을 느끼는 건 인간의 이런 한계를 발견할 때이다. 우린 노력하지 않는 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세상에 사랑이라는 게 존재한다. 따라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한, 우리는 노력해야만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노력하는 이 행위 자체가 우리의 인생을 살아볼 만한 값어치가 있는 것으로 만든다. 그러므로 쉽게 위로하지 않는 대신에 쉽게 절망하지 않는 것, 그게 핵심이다. _김연수 「작가의 말」 중에서


 

 우리는 모두 헛똑똑이들이다. 많은 것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대부분의 사실들을 알지 못한 채 살아간다.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들 대부분은 '우리 쪽에서' 아는 것들이다. 다른 사람들이 아는 것들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런 처지인데도 우리가 오래도록 살아 노인이 되어 죽을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어리석다는 이유만으로도 당장 죽을 수 있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이 삶에 감사해야만 한다. 그건 전적으로 우리가 사랑했던 나날들이 이 세상 어딘가에서 이해되기만을 기다리며 어리석은 우리들을 견디고 오랜 세월을 버티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 <세계의 끝 여자친구>

 "쉽게 위안받을 생각하지 말고 삶을 끝까지 쫓아가란 말이야!"
 -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리 선생의 이야기를 글로 쓰면서 그는 합리적으로 자신의 삶을 설명하려는 생각이 결국에는 새로운 현실을 만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리 선생과 마찬가지로 그런 일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는 여전히 가짜 여권을 사들여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도시로 떠나는 비행기에 올라타고 있었을 것이다. 모든 게 예정됐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그렇다면 다른 이유를 찾았을 것이라는 뜻에서다. 결국 인생이란 리 선생의 공책들처럼 단 한 번 씌어지는 게 아니라 매순간 고쳐지는 것, 그러니까 인생을 논리적으로 회고할 수는 있어도 논리적으로 예견할 수는 없다는 것.
 - <웃는 듯, 우는 듯, 알렉스, 알렉스>

 "알래스카 코르도바에 마리 스미스라는 에야크 인디언이 살아. 이 지구상에서 에야크어를 사용하는 마지막 인간이야. 사람들이 그 소감을 묻자,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대. '그게 왜 나인지, 그리고 왜 내가 그런 사람이 된 건지 나는 몰라요. 분명한 건 마음이 아프다는 거죠. 정말 마음이 아파요.' 듣는 사람이 없으면 말하는 사람도 없어. 세계는 침묵이야. 암흑이고."
 - <달로 간 코미디언>

에이타, 차세대 오다기리 조가 아닐까?


  요즘 보고있는 일본 드라마가 <라스트프렌즈>다. <구구는 고양이다>에서 테로와 비슷한 고양이를 안고 다녀서 얼굴을 익힌 우에노 쥬리나 아이바 마사키와 사귄다는 미즈카와 마사미도 있지만,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배우는 단연 에이타다. 그러고보니 <사쿠란>에 나왔었구나.
 굉장히 잘생겼다거나 몸매가 훌륭한 것 아니지만 일관된 존재감이 있고, 연기력도 괜찮다. 여기에 反마초적 섬세함, 조용하고 울림있는 목소리, 히피 스타일, 존재의 불안을 드러내는 표정들이 합쳐져 오다기리 조를 떠올리게 한다. 잘 성장하면 오다기리 조 같은 배우가 될 수 있지 않을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