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10일 수요일

김연수, <세계의 끝, 여자친구>


세계의 끝 여자친구
김연수
한국문학의 영토를 넓혀가는 새로운 상상력의 촉수 김연수 신작 소설집!

김연수. 이보다 더 ‘삶-이야기’를 갈망하는 작가가 또 있었던가. ‘나’의 이야기를 찾아 끊임없이 제 안으로 향했던 작가의 눈과 귀와 가슴은 서서히, 조금씩 조금씩 ‘우리’를 향해, ‘세계’를 향해 더 크게 열려왔다. 이번 작품집에 실린 소설들에서 역시 마찬가지다. 2005년 봄부터 2009년 여름까지 씌어진 아홉 편의 ‘이야기’ 속에는 어느 날 문득, 미세하게 균열을 일으키며 무너지는 ‘세계/나’와 거기에서 새롭게 시작되는 ‘이야기’, 그리고 다시 한쪽 끝에서 무너진 그 세계가 다른 한쪽 끝과 연결되면서 만들어지는 또다른 ‘이야기’가 있다.

밑줄을 긋게 만드는 밀도 높고 아름다운 문장, 우아하고도 재치있는 농담과 유머, 그리고 그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진지한 문제의식은 여전하고, 우리는 그 안에서 위로받는다. 그가 기억하는 삶의 이야기들 속에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한, 우리는 노력해야만 한다.”
나는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에 회의적이다. 우리는 대부분 다른 사람들을 오해한다. 네 마음을 내가 알아, 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네가 하는 말의 뜻도 모른다, 라고 해야 한다. 내가 희망을 느끼는 건 인간의 이런 한계를 발견할 때이다. 우린 노력하지 않는 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세상에 사랑이라는 게 존재한다. 따라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한, 우리는 노력해야만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노력하는 이 행위 자체가 우리의 인생을 살아볼 만한 값어치가 있는 것으로 만든다. 그러므로 쉽게 위로하지 않는 대신에 쉽게 절망하지 않는 것, 그게 핵심이다. _김연수 「작가의 말」 중에서


 

 우리는 모두 헛똑똑이들이다. 많은 것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대부분의 사실들을 알지 못한 채 살아간다.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들 대부분은 '우리 쪽에서' 아는 것들이다. 다른 사람들이 아는 것들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런 처지인데도 우리가 오래도록 살아 노인이 되어 죽을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어리석다는 이유만으로도 당장 죽을 수 있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이 삶에 감사해야만 한다. 그건 전적으로 우리가 사랑했던 나날들이 이 세상 어딘가에서 이해되기만을 기다리며 어리석은 우리들을 견디고 오랜 세월을 버티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 <세계의 끝 여자친구>

 "쉽게 위안받을 생각하지 말고 삶을 끝까지 쫓아가란 말이야!"
 -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리 선생의 이야기를 글로 쓰면서 그는 합리적으로 자신의 삶을 설명하려는 생각이 결국에는 새로운 현실을 만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리 선생과 마찬가지로 그런 일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는 여전히 가짜 여권을 사들여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도시로 떠나는 비행기에 올라타고 있었을 것이다. 모든 게 예정됐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그렇다면 다른 이유를 찾았을 것이라는 뜻에서다. 결국 인생이란 리 선생의 공책들처럼 단 한 번 씌어지는 게 아니라 매순간 고쳐지는 것, 그러니까 인생을 논리적으로 회고할 수는 있어도 논리적으로 예견할 수는 없다는 것.
 - <웃는 듯, 우는 듯, 알렉스, 알렉스>

 "알래스카 코르도바에 마리 스미스라는 에야크 인디언이 살아. 이 지구상에서 에야크어를 사용하는 마지막 인간이야. 사람들이 그 소감을 묻자,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대. '그게 왜 나인지, 그리고 왜 내가 그런 사람이 된 건지 나는 몰라요. 분명한 건 마음이 아프다는 거죠. 정말 마음이 아파요.' 듣는 사람이 없으면 말하는 사람도 없어. 세계는 침묵이야. 암흑이고."
 - <달로 간 코미디언>

댓글 1개:

  1. [김혜리가 만난 사람] 소설가 김연수: 씨네21

    http://www.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mm=005002007&article_id=59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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