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영전에 고합니다.
대통령께선 세상을 떠나시면서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세워 달라는 유언을 남기셨습니다.
당신께선 ‘삶과 죽음이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냐’며 허허로운 마음으로 그렇게 말씀하셨지만, 대통령 노무현의 서거는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늘나라에서 보셨나요, 당신의 죽음을 슬퍼하던 그 추모의 물결을. 삼천리 방방곡곡이 검은 만장으로 뒤덮이고 흐느끼며, 몸부림치며 적어놓은
눈물의 추도사가 대로변 담벼락과 아스팔트 위에 칠겹 팔겹으로 도배됐던 것을….
어느 문장가가 그토록 절절한 애도의 글을 지은 적이 있으며, 어느
예술가가 그처럼 장대한 설치미술을 보여준 적이 있습니까. 국민의 마음이 이럴진대 어떻게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기라는 겁니까. 우리는 차라리 비석을 만들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 대신, 그 대신 이 잊을 수 없는 추모의 장면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는 역사의 공간으로 만들어 자손만대에 남겨 주기로 하였습니다.
당신의 영혼이 머무는 곳에 1만 5000
장의 박석을 깔고 거기에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추도문을 새겨 넣어 그것을 당신께 바치는
비문으로 삼았습니다.
봉분을 대신한 고인돌 위엔 ‘대통령 노무현’ 여섯 글자만 새겼습니다. 그
이상 쓸 글이 없었습니다.
살아생전 그러셨듯이 부엉이바위로 사자바위로 올라가 보십시오. 하얗게
빛나는 비문박석들이 검푸른 자연박석과 어울리면서 한 폭의 아름다운 추상화로 펼쳐졌을 것입니다.
그 흔연한 어울림은 대통령께서 그렇게도 원하시던 ‘사람 사는 세상’ 같도록 수놓은 것입니다. 그래서 여기에 오르면 목 놓아 불러보고 싶어진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보고 싶습니다!”
그럴 때면 어디선가 ‘반갑습니다’ 하고 한껏 소리쳐 주시던 그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아 거기를 서성이며 차마 떠나지 못한답니다.
그러나 당신의 모습은 끝내 보이지 않습니다. 밀짚모자 쓰고 우리 앞에
나타나 밝게 미소 지으시며 손 흔들어 주시던 그 모습이 마냥 아쉽고도 그리워 돌아가는 우리의 발길을 무겁게 합니다.
그래도 자주 뵈러 올 겁니다. 대통령님! 안녕히 계십시오!
[한겨례]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2199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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