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10일 목요일

요네하라 마리, <미식견문록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음식기행>


미식견문록
요네하라 마리 저/이현진
음식 문화의 단면을 파헤치는 지적인 즐거움
식생활이라는 현미경으로 관찰한 삶의 서사, 시대의 풍경

『미식견문록』은 음식에 특별한 애정을 가진 저자가, 자신의 경험은 물론 음식에 관한 동서고금의 얘깃거리와 속담, 문화사까지 아우른 37편의 음식론이다. 책 곳곳에 스며든 저자 특유의 농담에 쿡쿡 웃음을 터트리다가도, 이 대단한 독서가가 꼼꼼히 안내하는 지식에 마음이 든든해진다. ‘읽어치우기’에 탐닉하던 지식여행자가 이번에는 ‘먹어치우기’를 주제로 인문학적인 지식을 곁들여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것이다.

음식은 역사와 분리해 생각할 수 없으며, 어느 음식에나 그에 관한 문화적 배경―식습관, 새로운 식품의 등장, 음식을 둘러싼 종교적 금기나 계급 차이, 문명 간 교류 등―이 들어 있다. 이 책 역시 이러한 음식사를 조목조목 소개한다. 코스로 나오는 프랑스 요리의 서비스 방식이 사실은 러시아에 뿌리를 두고 있다거나, 19세기만 하더라도 감자가 ‘악마의 열매’라는 종교적 믿음 탓에 널리 보급되지 못했다는 언급이 대표적이다.

또한 저자는 음식이라는 친근한 소재에 발을 담그고, 자신의 가장 개인적인 경험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낸다. 미식가였던 삼촌의 마지막 유언은 저녁 메뉴에 관한 것이었다거나, 라식 수술 뒤 일시적 실명 상태가 된 일본 환자에게 우메보시 도시락을 먹여 눈을 밝혀주었다거나…… 음식에 관한 사연들은 끊임없이 솟아난다. 이 과정에서 저자가 전하고 싶어하는 것은 에피소드를 넘어, 음식 한 그릇에 담긴 삶의 서사와 시대의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