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18일 월요일

테로의 입원



 정말 큰 일 나는 줄 알았는데, 그만하니 다행이다. 금요일 밤에 입원시켰으니 이제 병원에서 나흘째인데, 아직 구토한 적은 한 번도 없단다. 소변도 보기 시작했고, 조금씩 짜증도 내는 걸로 봐서 기력도 좀 생기는 것 같고. 앞으로 일주일은 더 병원에서 지켜봐야 겠지만, 그나마 회복하고 있는 것 같아서 정말 다행이다. 눈에 눈물도 그렁그렁 하던데 정말 가슴이 아팠다 - 물론 이건 인간적인 해석이다. 고양이는 눈물따위 흘리지 않는다 -.

 내가 보러 가도 반가운 척은 커녕 아는 척도 안하고, 좀 불편하게 안으니까 짜증까지 내긴 했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테로야! 내가 너 집에 오기 전에 베이 꼬추 떼어버릴게!

 테로가 일주일 넘게 기력이 없어 보이고, 베이는 중성화 수술 시킬 때가 되어서 목요일 회의 끝나고 한가하길래 금요일 오전 병원에 데려갔었다. 목요일에 집에 가서 테로를 안았는데, 너무 가볍더라고, 뼈도 앙상하고, 그래서 아무래도 심상치않아서 갔었다. 그런데! 베이 중성화 수술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다. 간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고, 황달, 장 무기력, 육안으로 혈액을 관찰해도 알 수 있는 빈혈 등등 모르는 사이에 테로 상태가 많이 나빴다. 처음에는 '폐사' 이야기까지 나와서 정말 금요일 하루 종일 손에 아무 것도 안 잡히더라. 고양이는 원래 아파도 티 내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주인이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혼자 얼마나 아팠을까를 생각하니까 정말 끔찍했다.
 그래서 동네 병원의 소개를 받아 논현동 2차 병원에 데리고 가서 입원을 시켰다. 복부 초음파도 찍고, X-ray도 찍고, 입원해서는 코에서 위로 튜브를 꽂아 연결한 다음 미음을 먹인다고 했다. 그리고 수액으로 영양 공급하고. 굶는 것 자체가 건강에 치명적인 것이기 때문에, 튜브로 먹이는 미음을 토해내지 않고 받아 먹는 게 중요하다고 해서, 주말 내내 병원에 전화해서 확인했는데, 다행이 구토는 한 번도 안 했단다.

 애완동물 아프다고 수백만원씩 쓰는 사람들 단번에 이해가 되더라. '폐사' 이야기가 나오고, 네이버에서 고양이 황달을 검색하니 치사율이 70-90% 라는데, 치료비를 지불 안 할 수가 없더라. 당연히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비용이라 엄청나게 비싸긴 했다.

 베이가 단순히 성격이 활발한가보다.. 했는데, 요즘 부쩍 얌전해진 테로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였나보다. 테로도 어릴 때는 진짜 활발하고 호기심도 많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내성적이고 얌전한 성격이 되었다. 여전히 다정다감하긴 하지만. 베이는 어리기도 하고, 중성화 전이라, 인간은 모르는 '남자 냄새'가 테로를 괴롭히기도 했을테고. 어제는 베이도 굉장히 낑낑대던데, 설마 테로 찾는거니 (그럴 리가 없는 걸 알면서도 은근히 기대하고 있음). 새로이 생긴 동생을 질투해서 해코지하는 첫째 아이의 에피소드를 왕왕 보는데, 그러면 부모는 첫째 아이가 무섭기도 하고, 밉기도 하고, 측은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또 사랑하기도 할게다. 물론 테로와 베이를 그 상황에 투영할 수는 없겠지만, 나도 집에 와서 철없는 베이를 보니, '얘를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회사와 테로가 입원한 병원이 매우 가까워서, 점심 시간에 면회하고, 3일치 입원비를 또 수납하고 왔다. 별 일 없어서 다행이긴 한데, 여전히 애를 병원에 두니 가슴 한 켠에 묵직한 돌 하나가 들어앉은 느낌이다. 폭풍의 지난 주, 나에게도 동천이에게도 일이 많았지만, 테로 일이 제일 컸던 것 같다. 물론 동천이의 새 차가 왔다든가, 내가 일주일 내내 준비한 회의가 순조롭게 끝났다는지 하는 괜찮은 일도 있었지만 말이다.

 고양이는 개와 달리 잔병치레가 없는 편이라, 동물 병원은 사료 살 때랑 테로, 된장이 중성화 수술 시킬 때 밖에 안 가봤는데, 요즘 매일 가고 있다. 전화도 매일 하고. 애완 동물 의료 산업에 대해 조금이나마 엿 본 느낌이다. 보험 나오면 잘 팔릴 것 같은데 말이지.

p.s. '애완 동물'이 아니라 '반려 동물' 이라고 표기하는 것이 더 교양있어 보인다는 말을 트위터에서 언뜻 본 적이 있는데, 의미상 차이는 크게 나는 것 같지 않아서 그냥 편한대로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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