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28일 목요일

성균관스캔들 - 끝나기까지 단 2강만을 남겨둔 이 시점의 소회



 현재의 솔직한 심정은, 누가 죽어도 좋고, 누구랑 누구랑 혼인해도 좋으니, 제발 말이 되는 결말로 유종의 미를 거두며 끝났으면 좋겠다는 것 뿐이다. 어차피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다. 주인공들의 가슴이 찢기든, 좌절하든, 모든 것은 이야기의 구성 요소일 뿐, 거기에 감정 이입해 '걸오 죽이지 말아주세요', '차라리 여림이랑 걸오를 이어주세요.' 따위를 이야기하는 것 쓸데없는 짓이다.

 이번주 화요일의 18강은 다음주의 2강 안에 모든 이야기를 종결하겠다는 결심을 만천하에 보여주며, 그동안의 미덕이었던 적절한 속도감과 균형감각을 깡그리 버리고,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었다. 아, 그래서 불안하다. '모든 악의 근원인 병판이 죽음을 당하면서, 갈등이 모두 해소되고, 좌상은 윤희의 존재를 인정하며, 선준과 윤희는 행복해지고, 걸오는 남겨지고, 여림은 효은이와 이어지는' 최악의 결말은 나는 다음주에 보게 되는 것인가.

 어차피 완벽한 드라마는 없다. <마왕>은 주지훈의 일취월장했으나, 그렇다고 굉장히 뛰어난 것은 아닌 연기가 계속 거슬렸고, <하얀거탑>은 법정 싸움이 너무 지루하고 마지막 장준혁의 죽음에 너무 모든 사람들이 슬퍼해서 조금 어이없었다. <그들이 사는 세상>은 괜찮았는데, 그건 촬영이 시작되기 전에 모든 대본이 이미 나와있는 상태였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성균관스캔들>, 다음주에 잘 끝내자.

2010년 10월 25일 월요일

베이도 아프다네



 베이도 많이 컸구나. 아직 좀 더 클 것 같은데.

 베이도 아프다. 으휴. 정말 멀쩡한 애가 없어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 지난주 토요일에 중성화 수술을 시키고, 그 때 외이염 증상이 있어서 일단 귀청소를 했는데, 좀 더 심해졌다. 어제 병원을 데려갔더니, 중성화 수술한 부위(!)는 잘 아물고 있는데, 외이염이 심해져서 오른쪽 귀가 많이 부었단다. 그래서 주사 맞고, 6일치의 약을 타서 돌아왔다.
 자꾸 귀를 긁고 싶어하긴 하지만, 그 외에도 잘 먹고 잘 자고, 약도 반항 안 하고 주는대로 잘 먹는다. 테로도 베이도 귀청소를 따로 한다거나 관리해준 적이 없어서, 귀가 원래 좀 더러웠나보다.

 테로는 일단 기력이 많이 회복되어 어제 저녁 퇴원했으나, 현재 시점까지 집에서도 밥을 먹지 않는 관계로 오늘 저녁에 다시 입원할 지도 모르겠다. 이제 장기들은 거의 다 회복되어서 어제 혈액 검사에서는 대부분의 수치가 정상 범위내에 있는데, 아직 밥을 스스로 먹지 않는 게 문제다.

 테로는 베이가 정말 싫은건가. 어제 테로를 데려오면서 베이도 함께 차 안에 있었는데, 베이는 계속 아는 척을 하는데, 테로는 이를 계속 무시하더라. 으휴. 두 마리 다 아프고, 서로 사이도 안 좋고, 내가 정신이 없다.

2010년 10월 18일 월요일

테로의 입원



 정말 큰 일 나는 줄 알았는데, 그만하니 다행이다. 금요일 밤에 입원시켰으니 이제 병원에서 나흘째인데, 아직 구토한 적은 한 번도 없단다. 소변도 보기 시작했고, 조금씩 짜증도 내는 걸로 봐서 기력도 좀 생기는 것 같고. 앞으로 일주일은 더 병원에서 지켜봐야 겠지만, 그나마 회복하고 있는 것 같아서 정말 다행이다. 눈에 눈물도 그렁그렁 하던데 정말 가슴이 아팠다 - 물론 이건 인간적인 해석이다. 고양이는 눈물따위 흘리지 않는다 -.

 내가 보러 가도 반가운 척은 커녕 아는 척도 안하고, 좀 불편하게 안으니까 짜증까지 내긴 했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테로야! 내가 너 집에 오기 전에 베이 꼬추 떼어버릴게!

 테로가 일주일 넘게 기력이 없어 보이고, 베이는 중성화 수술 시킬 때가 되어서 목요일 회의 끝나고 한가하길래 금요일 오전 병원에 데려갔었다. 목요일에 집에 가서 테로를 안았는데, 너무 가볍더라고, 뼈도 앙상하고, 그래서 아무래도 심상치않아서 갔었다. 그런데! 베이 중성화 수술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다. 간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고, 황달, 장 무기력, 육안으로 혈액을 관찰해도 알 수 있는 빈혈 등등 모르는 사이에 테로 상태가 많이 나빴다. 처음에는 '폐사' 이야기까지 나와서 정말 금요일 하루 종일 손에 아무 것도 안 잡히더라. 고양이는 원래 아파도 티 내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주인이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혼자 얼마나 아팠을까를 생각하니까 정말 끔찍했다.
 그래서 동네 병원의 소개를 받아 논현동 2차 병원에 데리고 가서 입원을 시켰다. 복부 초음파도 찍고, X-ray도 찍고, 입원해서는 코에서 위로 튜브를 꽂아 연결한 다음 미음을 먹인다고 했다. 그리고 수액으로 영양 공급하고. 굶는 것 자체가 건강에 치명적인 것이기 때문에, 튜브로 먹이는 미음을 토해내지 않고 받아 먹는 게 중요하다고 해서, 주말 내내 병원에 전화해서 확인했는데, 다행이 구토는 한 번도 안 했단다.

 애완동물 아프다고 수백만원씩 쓰는 사람들 단번에 이해가 되더라. '폐사' 이야기가 나오고, 네이버에서 고양이 황달을 검색하니 치사율이 70-90% 라는데, 치료비를 지불 안 할 수가 없더라. 당연히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비용이라 엄청나게 비싸긴 했다.

 베이가 단순히 성격이 활발한가보다.. 했는데, 요즘 부쩍 얌전해진 테로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였나보다. 테로도 어릴 때는 진짜 활발하고 호기심도 많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내성적이고 얌전한 성격이 되었다. 여전히 다정다감하긴 하지만. 베이는 어리기도 하고, 중성화 전이라, 인간은 모르는 '남자 냄새'가 테로를 괴롭히기도 했을테고. 어제는 베이도 굉장히 낑낑대던데, 설마 테로 찾는거니 (그럴 리가 없는 걸 알면서도 은근히 기대하고 있음). 새로이 생긴 동생을 질투해서 해코지하는 첫째 아이의 에피소드를 왕왕 보는데, 그러면 부모는 첫째 아이가 무섭기도 하고, 밉기도 하고, 측은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또 사랑하기도 할게다. 물론 테로와 베이를 그 상황에 투영할 수는 없겠지만, 나도 집에 와서 철없는 베이를 보니, '얘를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회사와 테로가 입원한 병원이 매우 가까워서, 점심 시간에 면회하고, 3일치 입원비를 또 수납하고 왔다. 별 일 없어서 다행이긴 한데, 여전히 애를 병원에 두니 가슴 한 켠에 묵직한 돌 하나가 들어앉은 느낌이다. 폭풍의 지난 주, 나에게도 동천이에게도 일이 많았지만, 테로 일이 제일 컸던 것 같다. 물론 동천이의 새 차가 왔다든가, 내가 일주일 내내 준비한 회의가 순조롭게 끝났다는지 하는 괜찮은 일도 있었지만 말이다.

 고양이는 개와 달리 잔병치레가 없는 편이라, 동물 병원은 사료 살 때랑 테로, 된장이 중성화 수술 시킬 때 밖에 안 가봤는데, 요즘 매일 가고 있다. 전화도 매일 하고. 애완 동물 의료 산업에 대해 조금이나마 엿 본 느낌이다. 보험 나오면 잘 팔릴 것 같은데 말이지.

p.s. '애완 동물'이 아니라 '반려 동물' 이라고 표기하는 것이 더 교양있어 보인다는 말을 트위터에서 언뜻 본 적이 있는데, 의미상 차이는 크게 나는 것 같지 않아서 그냥 편한대로 하기로 했다.